2024. 7월 7일(칠월 하루)
여름밤 잠자기엔 불편한 밤이고 보면 아침 기분도 썩 유쾌하지 않다. 그런 아침 일곱 시에 카톡이 울리니 욕이 냉큼 나온다.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이 시각에 투덜거리면서도 카톡을 읽을 생각이 없다. 십 분이나 지났을까 또 카톡이 울린다. 무슨 급한 일이 있으면 카톡으로 올 리 만무하니 참 할 일 없는 사람이네 한번 더 씹는다. 옆사람이 기차표 예매했으니 확인하라고 한다. 행여 매진됐을까 싶어 일찍 예매했는데 나한테 정신나갔다고 욕만 들은 셈이다. 이 사람은 카톡도 없기 때문에 나보다도 더한 문맹 속에서 산다. 애초부터 나도 이런 곳에 담글 일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없으면 불편할 거리가 몇 개 있어 발을 못 빼고 있다.
어제 여수에 가는데 아는 분한테 전화가 왔다. 옆사람에게 온 건데 나한테 얘기해서 아는 선배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거다. 그것도 빨리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물론 그분은 내가 부인인 석란언니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고. 부랴부랴 둘러댔다. 여수에 가고 있는데 집사람이 핸드폰을 놓고 왔다고 선배 연락처는 알고 있다고 하니 사모님 핸드폰번호를 보내주면 바로 연락을 주겠노라고. 오륙 년 전 핸드폰을 잃어버렸을 때 이미 다 지워져 옆사람 폰으로 석란언니 남편과 통화를 했을 뿐 석란언니나 나나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석란언니에게도 내 연락처가 있을리 만무하고 하지만 순간 좀 난감했다. 얼른 카톡을 뒤지니 알려달라고 한 선배가 있어 눌러보니 전화번호는 뜨지 않는다. 또 난감하다. 그냥 지우려다 만 카톡인데 남의 부탁으로 문자를 주고받는다는 게 생뚱맞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현숙이한테 물어도 되는데 생각하고 싶지 않은 화실을 나온 지 육년 동안 현숙이와도 통화를 한 적이 없고 어찌어찌 부담가지 않을 통로를 통해 선배의 전화번호를 석란언니에게 전달을 했다. 그집 상황이 밝지 않은데 내가 전화번호를 알려준 게 혹시 오지랖이면 어쩌나.
내 카톡에 등록된 사람은 육십여 명. 예전에 몇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삼백 명이 다들 넘었다. 조금 전 구례에 갔다 왔는데 핸드폰을 찾으니 없다. 세탁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딸려 들어간 것 같아 세탁을 멈추고 옆사람에게 차에 두고 왔는지 찾아보라고 했다. 찻속에 없더라고 나를 놀리면서 들어오는 옆사람이다. 하도 이상한 일이 자주 벌어지니 핸드폰도 짐이다. 무겁기도 하고. 쉽게 털어버리면 그만인데 뜻대로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바깥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습한 칠월 일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