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24. 9월 5일(구월 더위)

꽃그린이 2024. 9. 5. 15:46

 에어컨은 이제 그만이라고 선언했는데 견디지 못하고 다시 켰다. 아침저녁으로 좀 나아져 이대로 가을로 가지 싶었는데 점심 무렵 여지없이 삼십 도가 훌쩍 넘으니 사람이 맥을 못 추겠다. 에어컨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생각했는데 기온이 올라가니 지끈거리는 게 마찬가지다. 높은 기온과 에어컨 둘 다 어느 것이 영향을 주었다고 할 것도 없이 똑같다. 사람 지치게 하는 지독한 올여름이다. 

 제 철이 되면 꼭 맛보고 넘어가는 음식이 있다. 실상 먹고 나면 이런 거였나 하면서도 안 먹고 지나가면 섭섭한 그런 음식 말이다. 고구마 줄기 김치가 그렇고 병어조림이 그렇다. 칠월인가에 웃장에서 병어를 살까말까 하다 너무 비싸서 그냥 온 적이 있다. 살이 도톰하고 싱싱한 생병어 한 마리에 사만 오천원을 주라고 하기에 좀 떨어지면 사먹자 하고 왔는데 그 후론 잘 나오질 않았다. 며칠 전 인터넷장을 보는데 생물병어가 뜨길래 주문을 했다. 친환경 믿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다른 데보다 낫겠지 싶어 자주 장을 보는 곳이다. 한 팩에 한 두마리 1.2kg으로 표기한 물품을 보니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다. 그리고 지금 이때가 아니면 생물병어 맛도 못 보고 지나갈 것 같아 세 팩을 주문했다. 도착한 생물병어를 보고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장에 가서 저만한 병어는 쳐다도 안 봤다. 얇고 작은 병어 여섯 마리가 깨끗하게 손질된 채로 왔다. 칼집을 넣을 자리도 없다. 점심에 무 깔고 조림을 했다. 가시만 많고 뒤집으려고 하면 그냥 주저앉는 참 얍실한 병어다. 그래도 생선이라고 무에 맛이 베어 무를 맛있게 먹었다. 한 마리나 세 팩이나 가격은 같았다. 자식이 온다거나 손님이 온다면 비싸더라도 샀을텐데. 그러지 말자. 어쨌든 고구마줄기 김치는 담아서 먹고 있고 생물병어도 먹었으니 계절이 바뀌어도 좋으련만. 참 질긴 여름이다.

 기다리는 전화는 오지 않고 쓸데없는 문자만 온다. 오는 즉시 지워버리는 것들. 명절이 다가오는지 광고성 문자가 유난히도 많다. 이렇게 더운데 무슨 추석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