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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월 15일(시월 하루)

겉옷 하나만 챙기면 어디든 좋다.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 눈에 쏘옥 들어오는 단풍잎들이 가까이서 보면 몸부림치듯 색칠을 하고 바삭하게 말라가고 있다. 비바람이 없는 가을은 그새 같으면 빨갛게 몇 잎 달랑 달고 있을 벚나무 잎들이 숱이 많아 반은 나무가지에 반은 낙엽이 되어 색다른 맛을 자아낸다. 이렇게 풍성한 잎을 단 시월의 벚잎을 보는 건 처음이 아닐까 한다. 지금껏 보아온 것들이 예전의 그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변하거나 바뀐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건만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만 자꾸 든다. 그래도 가을이라고 잠깐의 시간, 하늘이 푸르고 막바지에 이른 들꽃도 아련하고 담쟁이 덩굴이 붉게 물든 돌담옆을 걷자니 뒤섞인 감정이 회오리 친다. 얼갈이배추 몇 단 사다 데쳐 시레기 만들고 무 두 개 생채 하고 그동안 ..

일상 2026.10.15

2026. 10월 10일(가평 자라섬)

날짜도 나한테 필요한 대로 읽는지라 분명 닭갈비 축제가 이번 주인 줄 알았는데 다음 주인가 보다. 사는데 날짜고 요일이고 대충 맞춰가며 산다. 그러니 날짜 따로 요일 따로 일 때도 있고 어제가 오늘 같기도 하고 시공간이 크게 출렁이다 보면 아주 오래 전 기억이 엊그제처럼 선명해지기도 한다. 한글날 아침 자라섬으로 향했다. 춘천역에서 전철을 타고 가평역에서 내렸다. 대부분 남이섬으로 가는지 그쪽 정류장에 사람이 북적이고 무슨 행사가 있다고 걸어서 가라는 자라섬 방향은 한적하다. 코스모스가 끝물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는 감잎마저 감색이어 한 그루 전체가 감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표지판 따라 데크길을 걷다 출렁다리도 걷고 늪도 지나고 캠핑장도 지난다. 우뚝 솟은 나무들의 잎이 제각각 색으..

여행 이야기 2026.10.10

2026. 10월 6일(시월 하루)

지난 2일 풍물시장에서 생팥을 샀다. 그것도 딱 한 집 작은 소쿠리에 얄팍하게 담은 두 줌 될까말까 하는 팥을 사면서 횡재한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생팥을 많이 찾으면 짧은 기간일지라도 생팥 구하기가 어렵지 않을텐데 순천에서도 춘천에서도 눈 씻고 잘 찾아야 하는 게 생팥이다. 내일 장날이어 한 번 더 찾아보려고 하지만 아마도 생팥은 지난 장이 끝물이었지 싶다. 마른 팥으로 지은 밥은 깊이감이 있지만 생팥은 생팥 나름의 덜 떨어진 맛이 있는데 그걸 맛보고 싶어 한다. 미식가도 아닌 내가 생팥이나 덜 익은 생밤을 꼭 먹었으면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어쨌든 그래야 가을이고 허전한 마음이 풀어지고 그렇다. 아침에 생팥을 넣고 호박죽을 끓였다. 나는 노오란 호박죽보다 갈색에 가까운 호박죽을 좋아한다. 색깔의 ..

일상 2026.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