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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월 6일(시월 하루)

지난 2일 풍물시장에서 생팥을 샀다. 그것도 딱 한 집 작은 소쿠리에 얄팍하게 담은 두 줌 될까말까 하는 팥을 사면서 횡재한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생팥을 많이 찾으면 짧은 기간일지라도 생팥 구하기가 어렵지 않을텐데 순천에서도 춘천에서도 눈 씻고 잘 찾아야 하는 게 생팥이다. 내일 장날이어 한 번 더 찾아보려고 하지만 아마도 생팥은 지난 장이 끝물이었지 싶다. 마른 팥으로 지은 밥은 깊이감이 있지만 생팥은 생팥 나름의 덜 떨어진 맛이 있는데 그걸 맛보고 싶어 한다. 미식가도 아닌 내가 생팥이나 덜 익은 생밤을 꼭 먹었으면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어쨌든 그래야 가을이고 허전한 마음이 풀어지고 그렇다. 아침에 생팥을 넣고 호박죽을 끓였다. 나는 노오란 호박죽보다 갈색에 가까운 호박죽을 좋아한다. 색깔의 ..

일상 11:11:51

2026. 10월 4일(시월 하루)

일주일 숨바꼭질만 하다 엊그제 현희와 긴 통화를 했다. 유월인가 칠월인가 만났을 때 엄마가 이제 가실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는데 팔월 사일에 가셨다고 한다. 연락은 했어야지 했더니 너무 더워서 정읍까지 오려면 힘들 것 같아서 안 했어 한다. 내가 아는 집과는 조금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가족이어 현희엄마에 관심이 많았었다. 대학 시절 현희집에 놀러갔을 때 받은 엄마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던 기억도 있다. 곱고 깔끔하고 마당도 예쁘고 교장선생님 사모님은 그런가 했다. 그 후로 현희와 쭉 만남을 이어오며 우리는 만나면 유독 가족이야기를 많이 했다. 다 좋을 수는 없는 사이이기에 형제간이나 시댁의 불평을 털어 놓고 서로 이해하고 다독이고 어쩌면 가족보다 현희와 내가 알고 있는 속마음이 훨씬 많을 지도 모른다..

일상 2026.10.04

2026. 10월 1일(시월이다)

얇은 반 팔만 아니면 반 팔도 괜찮은 눈부신 가을날이다. 엘리베이터 거울을 안 봤어야 했는데 유독 어떤 날은 피부가 쪼글하게 보이는 날이 있다. 그 날 이후 머리마저 자꾸 걸린다. 새로 나는 흰머리는 빳빳하게 위로 서 있다. 염색은 이제 그만이라는데는 변함이 없으나 파마기도 다 풀리기 직전이어 모습을 가라앉힐 뾰족한 수가 없다. 머리 위를 두를 머리띠나 모자를 찾아보아도 마땅한 게 없다. 피부과에 가 따끔하게 한 번 쐬고 오면 그때만 좀 나아졌다 도루묵이고 피부가 얇아 이젠 피부과에 기대는 일도 없어졌다. 내추럴하게 말도 참 상큼한 그렇게 살려니 자연스럽기보다 모든 것이 너무도 사실적이다. 양산을 쓰면 이렇게 좋은 날 미장원에 가서 남아있는 염색기와 퍼머기를 싹둑하고 왔다. 아직 두세 번은 더 잘라내야 ..

일상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