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처럼 접할 수 있는 미디어가 많았으면 무덤덤하게 소리를 지나쳤을런지도 모른다. 오로지 라디오에 의존했던 시절이라 심심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누리는 최고의 놀이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나 악기의 모듬 소리에 귀기울이는 시간이었을 거다. 우리 고모가 좋아했던 동백아가씨, 바다가 육지라면, 잘했군 잘했어를 따라부르기도 했고 우리 고모부가 호두 두 알을 부딪히며 읊던 청산리 벽계수야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물리지 않았다. 친구 안나집에 놀러가 엘비스프레스리가 기타를 두드리고 다리를 훌렁훌렁 하며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노래하는 텔레비전의 신비함을 경험 했다. 친구 고화가 자기집에 신기한 것이 있다고, 주황색 네모난 전축이었는데 검은 판에 바늘을 얹으면 빙글빙글 돌며 노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