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옷 하나만 챙기면 어디든 좋다.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 눈에 쏘옥 들어오는 단풍잎들이 가까이서 보면 몸부림치듯 색칠을 하고 바삭하게 말라가고 있다. 비바람이 없는 가을은 그새 같으면 빨갛게 몇 잎 달랑 달고 있을 벚나무 잎들이 숱이 많아 반은 나무가지에 반은 낙엽이 되어 색다른 맛을 자아낸다. 이렇게 풍성한 잎을 단 시월의 벚잎을 보는 건 처음이 아닐까 한다. 지금껏 보아온 것들이 예전의 그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변하거나 바뀐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건만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만 자꾸 든다. 그래도 가을이라고 잠깐의 시간, 하늘이 푸르고 막바지에 이른 들꽃도 아련하고 담쟁이 덩굴이 붉게 물든 돌담옆을 걷자니 뒤섞인 감정이 회오리 친다. 얼갈이배추 몇 단 사다 데쳐 시레기 만들고 무 두 개 생채 하고 그동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