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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월 10일(가평 자라섬)

날짜도 나한테 필요한 대로 읽는지라 분명 닭갈비 축제가 이번 주인 줄 알았는데 다음 주인가 보다. 사는데 날짜고 요일이고 대충 맞춰가며 산다. 그러니 날짜 따로 요일 따로 일 때도 있고 어제가 오늘 같기도 하고 시공간이 크게 출렁이다 보면 아주 오래 전 기억이 엊그제처럼 선명해지기도 한다. 한글날 아침 자라섬으로 향했다. 춘천역에서 전철을 타고 가평역에서 내렸다. 대부분 남이섬으로 가는지 그쪽 정류장에 사람이 북적이고 무슨 행사가 있다고 걸어서 가라는 자라섬 방향은 한적하다. 코스모스가 끝물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는 감잎마저 감색이어 한 그루 전체가 감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표지판 따라 데크길을 걷다 출렁다리도 걷고 늪도 지나고 캠핑장도 지난다. 우뚝 솟은 나무들의 잎이 제각각 색으..

여행 이야기 2026.10.10

2026. 10월 6일(시월 하루)

지난 2일 풍물시장에서 생팥을 샀다. 그것도 딱 한 집 작은 소쿠리에 얄팍하게 담은 두 줌 될까말까 하는 팥을 사면서 횡재한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생팥을 많이 찾으면 짧은 기간일지라도 생팥 구하기가 어렵지 않을텐데 순천에서도 춘천에서도 눈 씻고 잘 찾아야 하는 게 생팥이다. 내일 장날이어 한 번 더 찾아보려고 하지만 아마도 생팥은 지난 장이 끝물이었지 싶다. 마른 팥으로 지은 밥은 깊이감이 있지만 생팥은 생팥 나름의 덜 떨어진 맛이 있는데 그걸 맛보고 싶어 한다. 미식가도 아닌 내가 생팥이나 덜 익은 생밤을 꼭 먹었으면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어쨌든 그래야 가을이고 허전한 마음이 풀어지고 그렇다. 아침에 생팥을 넣고 호박죽을 끓였다. 나는 노오란 호박죽보다 갈색에 가까운 호박죽을 좋아한다. 색깔의 ..

일상 2026.10.06

2026. 10월 4일(시월 하루)

일주일 숨바꼭질만 하다 엊그제 현희와 긴 통화를 했다. 유월인가 칠월인가 만났을 때 엄마가 이제 가실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는데 팔월 사일에 가셨다고 한다. 연락은 했어야지 했더니 너무 더워서 정읍까지 오려면 힘들 것 같아서 안 했어 한다. 내가 아는 집과는 조금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가족이어 현희엄마에 관심이 많았었다. 대학 시절 현희집에 놀러갔을 때 받은 엄마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던 기억도 있다. 곱고 깔끔하고 마당도 예쁘고 교장선생님 사모님은 그런가 했다. 그 후로 현희와 쭉 만남을 이어오며 우리는 만나면 유독 가족이야기를 많이 했다. 다 좋을 수는 없는 사이이기에 형제간이나 시댁의 불평을 털어 놓고 서로 이해하고 다독이고 어쩌면 가족보다 현희와 내가 알고 있는 속마음이 훨씬 많을 지도 모른다..

일상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