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981

2025. 7월 28일(무더위엔 생략)

더위로 모든 걸 잊어버리게 생겼다. 이 방에 들어와 기록하는 것도 언제 뭘 했는지도 더위에 다 놓쳐버렸다. 7월 25일 홍천 옥수수축제에 갔던 기억, 오후 7시 넘어 의암호를 걷던 기억. 무엇이 비켜가게 했는지 며칠째 아침 두 시간 산책을 안 하고 있다. 칠월 말쯤 해서는 간단한 여행도 계획했었다. 막상 무더위와 부딪히니 차 타고 어딜 이동한다든가 거기 가서 걷는다든가 하는 생각들이 말끔히 거둬들여졌다. 무료해도 집에서 집 가까이서 지내는 게 상책이라는 결론 하에 부엌에서만 벗어나보기로 했다. 며칠까지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요리를 위해 불 켜는 일을 내 손으로 먹거리를 마련하는 일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놓아 보기로 한다. 오늘은 집 뒤 청소년도서관 휴관일이어 명물닭갈비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엔 퇴계..

일상 2025.07.28

2025. 7월 21일(칠월 하루)

방향감각이 제로라고 흔히 길치라고도 하는 현상이 대부분 사람들도 그러는지 유독 나한테 몰려 있는지 뭔지 잘 모르겠다. 확실하게 길치인 적이 많았으나 때론 남들이 어려워하는 길을 쉽게 찾은 때도 있었으니 꽉 막힌 길치인 것 같진 않다. 참 머리가 안 돌아간다 하다가도 간혹 반짝일 때도 있으니 머릿속 균형감각이 흐뜨러져 때에 따라 달라지는 걸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으나 스스로 당혹스러운 행동을 할 때가 있어서 말이다. 엊그제 큰아들과 볼 일이 있어 명동엘 나왔다. 서울 명동이 아니고 춘천의 명동이다. 모든 은행이 집결해 있고 눈에 익은 상표의 가게들이 즐비하고 지하상가도 있고 근처에 시청과 도청도 있다. 신도심이 생기기 전 춘천의 중심이었던 것 같다. 걸어서도 몇 번 왔었고 차를 타고 지나가기도 했고 시내..

일상 2025.07.21

2025. 7월 18일(칠월 하루)

충청과 전라 지역은 극한호우가 내려 침수되고 고립되고 티비에서 본 자연재해는 공포스러웠다. 이곳에서 여름은 처음 보내는지라 비가 내리면 어떤 지는 잘 모른다. 생소한 극한호우가 언제 어떻게 어디를 습격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세상이 되었다. 강이 넓고 수량이 많으면 비가 많이 내리는 곳으로 알았는데 이제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대책 없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곳곳에 지뢰밭같은 땅꺼짐이 내 발밑일 수도 있고 잦은 천둥번개에 누군들 안전할 수 있을까. 창밖으로 보이는 산에 산허리쯤에 걸쳐 있던 운무가 잠시 한눈을 팔다 다시 보면 산전체가 하얗다가 조금씩 실루엣이 드러났다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지금은 먼 산의 형체는 없고 우뚝 솟은 아파트마저 희미하고 빗줄기는 굵다. 한 줄 쓰고 일어나보니 희미했..

일상 2025.07.18

2025. 7월 17일(칠월 하루)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치고 비는 내리나 빗줄기가 굵지는 않은 반듯하게 내리지 않고 사방으로 흩날리는 비가 내린다. 창문을 열고 싶은데 막아줄 베란다가 없으니 그냥 꿉꿉한 채로 지낸다. 그나마 안방에 베란다가 있어 문 열고 빗소리 들으며 쾌적한 잠을 잤다. 며칠째 선선한 밤이 지속되어 얇은 이불 발치에 걸친 채 여름 숙면을 하니 머릿속이 개운하다. 낮에 머리 벗겨지게 뜨거워도 열대야만 아니면 냉방에 의지하지 않으면 견딜만 하다. 혹자는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잠이 안 온다고 뒤집어 낮에 너무 편하게 지내니 밤에 잠이 올 리가 있냐고 한다. 하루종일 움직인 날도 뜬눈이라면 젊은날은 몸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눈이 손가락이 뼈들이 늙어가는 시점에 눈이 말똥거리면 이제 모든 게 헛튼 일이 되어감을 알아챈다. 며칠째 ..

일상 2025.07.17

2025. 7월 11일(칠월 하루)

이제 한여름의 시작인데 몇 개월을 어떻게 버티나. 여름잠은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피곤함과 낮동안의 무기력함은 또 어떻고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그런데 어제는 무슨 일이었는지 바람이 하루종일 세게 불었다. 세 집 중에 우리집은 독립되어 있어 현관문을 열고 있어도 무방하여 열 수 있는 문이란 문은 전부 열었더니 간간히 훈풍도 지나갔지만 오랜만에 맞보는 시원한 하루였다. 아무 생각없이 등 대고 할랑할랑 누워 있으면 여름날 미처 생각지 못한 신선놀음을 할 수 있을만큼 쾌적했다. 식은밥이 있어 비빔면 두 개 끓여 대충 먹었더니 허전하여 옥수수를 사러 나섰다. 작년 이맘때 뉴스공장에서 진행하는 먹방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황교익과 김정수 기자가 새벽에 춘천 동면까지 가서 가져온 옥수수라고 극찬을 했었다. 열손가락 안..

일상 2025.07.11

2025. 7월 5일(칠월 하루)

봄내길 1코스를 가기 위해 김유정역으로 갔다. 둘레길 안내도를 보니 일정구간이 폐쇄되었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 없고 빗방울은 떨어지고 폐쇄구간도 있는데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이왕 왔으니 동네 한바퀴를 돌고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마침 예쁜 화단을 가꾸고 있는 동네분이 있어 잠시 얘기를 나눴다. 마당에 있는 소나무가 참 인상적이라고 하니 자기가 사십 년 전에 산에 갔다가 옮겨 심은 소나무라고 자랑스러워 한다. 이 집에서 태어났고 부모님도 이곳에서 돌아가셨고 칠십 중반을 산 곳이니 정이 듬뿍 들었을 게다. 시에서 지원받는 개인정원으로 온갖 정성을 기울여 가꾸니 지나가는 사람 발걸음도 멈추게 한다. 내가 참 좋다고 하니 그렇게 말해주니 본인은 더 좋다고 하신다. 동네가 비..

일상 2025.07.06

2025. 7월 4일(칠월 하루)

기록을 하는 것도 부지런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기억을 더듬는다. 6월 30일은 아마 애막골에 다녀왔지. 애막골 새벽시장도 보고 애막골 성당도 보고 왔지. 칠월의 시작은 의암호 둘레길을 걷다 예고 없는 비를 맞고 이른 아침 문을 열지 않은 남의 집 가게 의자에 앉아 비를 피했지. 그때 앞에 펼쳐진 안개에 묻혀 천지를 구별할 수 없는 풍경이 마치 눈에 막이 씌워져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같아 이젠 물안개가 어떻고가 아니라 싹 걷혀 선명한 풍경이길 바라는구나 감정의 변화가 나이와 함께 간다는 걸 알았지. 칠월 둘째 날과 셋째 날은 공지천을 걷다 구도심으로 빠져 이쪽저쪽 골목길을 걸었지. 이번 주에 있었던 엊그제 일들인데 엄청 오래된 과거처럼 얘기한다. 실제로 일 년 전의 기억이라 해도 아무 이상 없을 ..

일상 2025.07.04

2025. 6월 26일(유월 하루)

다른 집으로 들어가기도 했고 공동현관문 앞에서 비번을 잘 몰라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끼여 들어 집으로 올 때도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아주 할머니는 아니고 나보다 젊어보이는 어떤 여자도 집 찾느라 헤매는 걸 보았으니 더러는 그러는 모양이다. 이제는 우리집 뿐만아니라 근동의 여러 곳을 지름길로 가기도 하고 맨날 가는 길이 지루하면 옆길로 새기도 하고 시내버스 노선도 머릿속에서 웬만큼 그릴 수 있고 정 안 되면 택시 타지 뭐 하는 식이다. 그래도 내가 좋아해서 잘 인지하는 건지는 몰라도 커피집만큼은 확실하게 찾아가고 있다. 이곳이 오히려 서울보다 더 드립커피 하는 집을 찾기가 쉽다. 벌써 몇 군데의 드립커피를 맛보았고 원두를 사다 먹고 있다. 한 군데로 결정된 건 아니고 아직 물색 중이지만..

일상 2025.06.26

2025. 6월 24일(유월 하루)

휴대폰에 긴급 연락이 와도 소리를 다 죽여놔 펼쳐보지 않으면 감감무소식이다. 진짜로 다급하면 전화벨이 울릴테니 툭하면 울리는 소리는 꺼두는 게 좋을성싶었다. 며칠 전 그날따라 부엌일에서 손 떼고 싶어 앞서 찾아두었던 들기름막국수집을 갔다. '만천리상회'라는 곳이었는데 음식맛도 실내외 풍경도 만족스러웠다. 옛집을 살려 만든 식당으로 직접 들기름을 짜는 공간도 있고 군데군데 오래된 물건들이 놓여 있어 정감이 갔다. 박스문을 열면 티비가 나오는 오래된 금성 텔레비전이나 마루에 놓인 작은 소반 등. 사라져가는 옛것들에 대한 감성을 자극하는 이런 곳이 오랫동안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시내와는 좀 떨어진 자연 속의 집과 마당이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고 들기름 좋아하니 고향생각 날 때 또 들르지 싶다. 이왕 나온김에 커..

일상 2025.06.24

2025. 6월 23일(유월 하루)

남부지방은 장맛비가 많이 내렸나본데 춘천은 햇빛이 뜨겁다. 빨래가 잘 마르는 걸 보니 습하지도 않고 아직 뜨거운 바람은 아니라서 바람만 불어주면 시원하다. 창문이 맞바람 치게 나 있어 음식냄새도 잘 빠지고 공기순환도 잘 되어 청소하고 나면 상쾌하다. 이전 가곡동 우리집도 맞바람이 통해서 참 시원했는데 집을 팔려고 내놓으니 산뷰가 아니라고 하도 뷰타령을 해서 사람들이 뷰를 중요시 하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했다. 어차피 비슷한 구조에 현관문 닫고 집에 있으면 날씨나 살피려고 밖을 한 번 보거나 어쩌다 단풍나무 물든 잎이 고와서 한 번 내다보거나 할 뿐 뷰를 보는 일이 내겐 별로 없었다. 있는 천조각을 이리저리 바꾸거나 계절이나 분위기에 맞게 그림을 교체하거나 커피분위기를 새롭게 하여 집안의 공기를 즐기고 ..

일상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