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25. 6월 23일(유월 하루)

꽃그린이 2025. 6. 23. 11:52

 남부지방은 장맛비가 많이 내렸나본데 춘천은 햇빛이 뜨겁다. 빨래가 잘 마르는 걸 보니 습하지도 않고 아직 뜨거운 바람은 아니라서 바람만 불어주면 시원하다. 창문이 맞바람 치게 나 있어 음식냄새도 잘 빠지고 공기순환도 잘 되어 청소하고 나면 상쾌하다. 이전 가곡동 우리집도 맞바람이 통해서 참 시원했는데 집을 팔려고 내놓으니 산뷰가 아니라고 하도 뷰타령을 해서 사람들이 뷰를 중요시 하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했다. 어차피 비슷한 구조에 현관문 닫고 집에 있으면 날씨나 살피려고 밖을 한 번 보거나 어쩌다 단풍나무 물든 잎이 고와서 한 번 내다보거나 할 뿐 뷰를 보는 일이 내겐 별로 없었다. 있는 천조각을 이리저리 바꾸거나 계절이나 분위기에 맞게 그림을 교체하거나 커피분위기를 새롭게 하여 집안의 공기를 즐기고 있으면 밖을 안 봐도 충분히 좋았다. 집을 나름 잘 관리하고 살았는데 사람들 취향트집에 맘고생을 했었다. 어쨌든 오래 걸려 아주 저렴하게 집을 팔았으나 잘했다는 생각이 드니 그거면 됐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내집은 아니나 뷰가 참 좋다. 게다가 맞바람 치는 창까지 있으니 더욱 좋다. 다음에 집을 얻는다면 꼭 맞바람이 통해야 하고 더불어 뷰도 한 번 고려해볼까 경험에서 나오는 해답이다. 

 거의 앞마당처럼 다녀오는 의암호 둘레길. 오늘 아침도 두 시간을 걸었다. 이제 오디도 시들해졌고 금계국도 싱싱한 노란색을 잃어가고 쓰레기에 놀란 가슴이라 그런지 호수에 수련이 피었는데 떠내려온 휴지조각인 줄 알았다. 가까이 보면 참 신선한데 멀치감치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하얀 쓰레기 같다. 아직 연하게 밤꽃향기가 남아있다. 

황금비늘 거리

 의암호 공원에 있는 황금비늘 길이다. 이곳 출신작가라고 그의 작품제목을 따 거리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이외수 장편소설 중에 '황금비늘'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고 대출해 와서 읽고 있다. 양옆으로 그늘을 만들어주는 느티나무가 시원한데 매일 아침 이 길을 통과한다. 곧게 뻗은 이 길이 길었다면 대박났을 것같은 길이다. 관광지 같은 느낌이 없지는 않으나 공장이 없고 큰 나무들이 많아서인지 맑다. 의암호를 그냥 놔뒀으면 좋겠는데 여기저기 공사하느라 분주하니 참 딱하다. 이대로 멈추면 어떨까. 사적인 욕심을 버리면 추구하는 바는 서로 같지 않을까. 자연을 자연스럽게 놔두는 게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것쯤이야 중학생도 알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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