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 12

2025. 6월 29일(춘천 여기저기)

6월 27일 이른 아침이기도 하거니와 해가 날 것 같지도 않은 하늘은 매번 같은 길을 걷기에 뭔가 부족함이 있어 석사교에서 다른 길을 선택해 보았다. 차로 지나가다 본 길도 있으니 아주 낯선 길은 아니다. 죽 직진해서 걷다보니 언덕 위의 하얀 건물 법원이 나온다. 법원 옆을 끼고 걸으며 강원대학을 둘러보고 싶어 그쪽으로 향했다. 일곱 시쯤 되었으니 사람이나 차량이 거의 보일 리 없고 울창한 나무들만 습한 기운을 머금고 있다. 발길 가는 데로 마음이 이끄는 데로 한참을 돌아다니다보니 배가 고프다. 겉만 본 것 같아 다음에 강원대만 보는 날을 잡아 눈에 보이는 계단을 전부 밟아보자 했다. 집으로 오는 길 예기치 않게 아주 마음에 드는 건물을 보았다. 지금 보고싶은 마음에 배고픔도 사라지고 가까이 가보니 천주..

여행 이야기 2025.06.29

2025. 6월 26일(유월 하루)

다른 집으로 들어가기도 했고 공동현관문 앞에서 비번을 잘 몰라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끼여 들어 집으로 올 때도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아주 할머니는 아니고 나보다 젊어보이는 어떤 여자도 집 찾느라 헤매는 걸 보았으니 더러는 그러는 모양이다. 이제는 우리집 뿐만아니라 근동의 여러 곳을 지름길로 가기도 하고 맨날 가는 길이 지루하면 옆길로 새기도 하고 시내버스 노선도 머릿속에서 웬만큼 그릴 수 있고 정 안 되면 택시 타지 뭐 하는 식이다. 그래도 내가 좋아해서 잘 인지하는 건지는 몰라도 커피집만큼은 확실하게 찾아가고 있다. 이곳이 오히려 서울보다 더 드립커피 하는 집을 찾기가 쉽다. 벌써 몇 군데의 드립커피를 맛보았고 원두를 사다 먹고 있다. 한 군데로 결정된 건 아니고 아직 물색 중이지만..

일상 2025.06.26

2025. 6월 24일(유월 하루)

휴대폰에 긴급 연락이 와도 소리를 다 죽여놔 펼쳐보지 않으면 감감무소식이다. 진짜로 다급하면 전화벨이 울릴테니 툭하면 울리는 소리는 꺼두는 게 좋을성싶었다. 며칠 전 그날따라 부엌일에서 손 떼고 싶어 앞서 찾아두었던 들기름막국수집을 갔다. '만천리상회'라는 곳이었는데 음식맛도 실내외 풍경도 만족스러웠다. 옛집을 살려 만든 식당으로 직접 들기름을 짜는 공간도 있고 군데군데 오래된 물건들이 놓여 있어 정감이 갔다. 박스문을 열면 티비가 나오는 오래된 금성 텔레비전이나 마루에 놓인 작은 소반 등. 사라져가는 옛것들에 대한 감성을 자극하는 이런 곳이 오랫동안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시내와는 좀 떨어진 자연 속의 집과 마당이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고 들기름 좋아하니 고향생각 날 때 또 들르지 싶다. 이왕 나온김에 커..

일상 2025.06.24

2025. 6월 23일(유월 하루)

남부지방은 장맛비가 많이 내렸나본데 춘천은 햇빛이 뜨겁다. 빨래가 잘 마르는 걸 보니 습하지도 않고 아직 뜨거운 바람은 아니라서 바람만 불어주면 시원하다. 창문이 맞바람 치게 나 있어 음식냄새도 잘 빠지고 공기순환도 잘 되어 청소하고 나면 상쾌하다. 이전 가곡동 우리집도 맞바람이 통해서 참 시원했는데 집을 팔려고 내놓으니 산뷰가 아니라고 하도 뷰타령을 해서 사람들이 뷰를 중요시 하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했다. 어차피 비슷한 구조에 현관문 닫고 집에 있으면 날씨나 살피려고 밖을 한 번 보거나 어쩌다 단풍나무 물든 잎이 고와서 한 번 내다보거나 할 뿐 뷰를 보는 일이 내겐 별로 없었다. 있는 천조각을 이리저리 바꾸거나 계절이나 분위기에 맞게 그림을 교체하거나 커피분위기를 새롭게 하여 집안의 공기를 즐기고 ..

일상 2025.06.23

2025. 6월 18일(유월 하루)

밥에 대해 집착인지 애착인지 모를 어떨 땐 그놈의 밥이라고도 했다가 어떨 땐 역시 밥이 최고야로 극과 극을 이루기도 한다. 매일 먹는 음식이니 해석이 다양할 수밖에. 밥이 맛있으면 반찬이 없어도 묻어갈 수 있고 밥이 따뜻해야 집안에 온기가 돈다는 등 갓지은 밥에 대한 어른들의 조언이랄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어릴 때 듣던 말이다. 없이 살던 시대이니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여지껏 나는 그 말에 신뢰를 거하게 하고 있고 몇십 년을 밥만큼은 정성을 다하여 짓는다. 열 살 넘어 세상을 알아갈 때 쌀이 풍족하여 남은 쌀밥을 삭혀 수시로 단술을 맛보기도 하였고 항시 쌀이 부족하여 쌀독을 긁어야하는 시렁에 보리밥이 매달린 가난한 날을 보내기도 했다. 어찌됐든 가난한 살림에서도 밥을 굶지는 않고 ..

일상 2025.06.18

2025. 6월 16일(유월 하루)

여수는 비가 많이 오는 모양인데 여기는 비온다는 예보 시간하고도 비껴나가 언제 비가 뿌릴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갑자기 내릴 것 같아 우산만 필수인 그런 흐릿한 하늘이다. 큰 나무가 많고 물이 많아 얼핏 시원할 줄 알았는데 아랫녘보다 더 더운 것 같다. 자연의 변화를 알 수야 없지만 순천에 살면서 항상 감사했던 게 순천의 날씨였다. 기복이 심하지 않고 자연재해도 덜한 평온한 곳 그래서 이곳을 떠나면 날씨가 그리울 거라는 생각을 항시 하고 살았다. 봄가을은 어디나 다 살기좋으니 별 생각이 없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하는가 싶으니 순천생각이 난다. 변두리 내집은 넓어서 맞바람 치는 창문을 열어 놓으면 밤꽃향기를 조용히 맡을 수 있었다. 아직 적응이 덜 되었나. 아파트 밀집지역 신시가지에 오니 창문을 열면 온..

일상 2025.06.16

2025. 6월 14일(유월 하루)

맨정신으로 앉아 있기에 많이 더운 날씨다. 이른 아침 산책나갈 때만 해도 비가 올듯 흐렸었는데 종일 아주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고 있다. 이 동네 기온이 삼십 일도라 하고 집안 온도계는 28.5도를 가리키고 있다. 참을만큼 견디다가 에어컨을 켤 생각이어 리모컨을 멀치감치 두었는데 어느 순간 손을 내밀지 모르겠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힘들다. 추울 때가 좀 낫지 하다 그래도 더울 때가 낫지 않나 두 경우를 저울질 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건 뭐 비교할 수 없을만치 대등하게 힘들다. 반팔 차림으로 아침산책을 하면 일교차가 있어서인지 반짝 좋다. 이리저리 길을 바꿔가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고 공지천을 걸을 때는 보통 거두교에서 턴을 하는데 이른 아침 거두교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궁금하여 앞으로 계속 ..

일상 2025.06.14

2025. 6월 12일(유월 하루)

참 아꼈던 식탁보인데 버리게 되었다. 아랫장 주희네 천가게에서 삼만원에 끊은 천을 문화의거리 공방에서 바느질로 마무리 한 생각지 않게 맘에 든 하얀색 바탕에 군데군데 핑크 나무가 수놓아진 식탁보이다. 말이 식탁보이지 쓰임새가 다양해 해마다 세탁소에 아낌없이 투자해 관리했는데 어이없는 실수로 못쓰게 되었다. 어차피 자리만 차지하고 접혀 있으면 누렇게 변질될 것 같아 장식으로 아일랜드 식탁 위에 깔아 한 이틀 좋았는데 물이 다 빠진 줄 알고 그 위에 화분을 올려두었더니 그만 화분에서 물이 얼마나 흘러나왔는지 추잡스런 물건이 되어버렸다. 학교 다닐 적 친구가 선물로 준 손수건을 잃어버렸을 때 그런 심정이었을까. 스킨다빗 화분이 맘에 든 것도 아니고 죽지 않고 살아있어 이사다닐 때마다 버리지 못하고 매달고 다녔..

일상 2025.06.12

2025. 6월 9일(유월 하루)

연휴나 공휴일이 평일과 다를 바 없는 날이고 앞으로도 쭉 그런 날이 될 것이다. 어찌보면 기다리는 그런 날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일상에 젖어든 것도 제법 되었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다거나 우울한 건 아니고 세월이 저절로 만든 가벽같은 공간에 순응하며 산다. 허물고 싶지 않은 가벽이니 다행이다. 창의적인 발상이 솟아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어제 한 일을 오늘도 하고 변함없이 내일도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산다. 좀 색다르게 바꿔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바꾼다고 해도 그 테두리 안에서 오십보 백보다. 밥짓는 것에서 해방이 되고 싶으면 멸치칼국수를 끓여먹는 정도랄까. 세상에 나온 지 몇십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 멸치칼국수를 따라잡는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다는 그 멸치칼국수를 들어보이며 잊을만하면 끓..

일상 2025.06.09

2025. 6월 6일(유월 하루)

열 명 이상이 모이는 모임, 단체, 시설 등의 공간은 공간반경 1km까지 쓰레기가 없어야 모일 수 있다는 법조항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죽하면 법이라도 만들어서 쓰레기 없는 세상을 꿈꾸겠냐만은 진짜 너무들 한다. 며칠 전 아침 산책을 나갔는데 연두색 조끼를 입은 스무 명은 족히 넘는 노인들이 있었다. 명목이 뭐인지는 모르겠으나 빗자루나 비닐을 든 걸 보니 쓰레기 주우러 나온 게 분명한데 참 가관이었다. 갑자기 한 노인이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서너명이서 빗자루로 쓰는 척을 한다. 그곳은 빗자루로 쓸만큼 더러운 곳이 아니었다. 몇몇은 풀꽃들이 예쁘게 핀 언덕받이에 앉아 담소를 즐기고 부부가 아닌 것같은데 나란히 걸으며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중 여자 한 분만 한쪽으로 떨어져나와 비닐봉지를 채우고 있었다...

일상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