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이야기 14

2022. 6월 25일(가곡동 부부 만찬)

근사한 음식 두 접시를 하려 했다. 아무리 뒤져도 맘에 맞는 메뉴가 없다. 브로콜리 요리를 찾으면 버터를 넣고 볶다가 굴소스 어쩌고 하면 패스, 왜 좋은 재료 갖다가 본래의 신선한 맛을 없애고 양념으로 맛을 얼버무리는지 내 취향은 아니다. 그냥 원래 하던 내 스타일대로 하자. 저녁을 가볍게 하자는 핑계도 있으니. 그렇다 해도 상을 차렸는데 보기에 너무 빈약하면 술맛이 가실 것 같아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냉장고를 뒤져 이만큼 차렸다. 부채살 구이, 두부 동그랑땡, 야채 리코타치즈샐러드, 어묵탕 그리고 와인 두 잔...사실 입에 대지도 못하는 와인은 부딪히기 위해 따랐을 뿐. 건배하고 난 와인은 따라 내고 마릴린 먼로가 그려진 시원한 맥주를 한 입 마신다. 와인잔에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도 고맙다..

맛집 이야기 2022.06.25

2022. 5월 23일(구례 돌담수제비칼국수)

그냥 무심코 구례나 갈까 나서면서 꼭 들르게 되는 광의면에 있는 돌담 칼국수 집이다. 여덟 번쯤 들렀는데 세 번 먹었다. 지난 주에 들렀는데 재료가 소진되었다고 미리 연락하고 오면 좋을 것 같다고 해 어제는 마음 먹고 일찌감치 전화를 했다. 식당은 자그마한데 주차 마당은 제법 넓다. 거의 매번 발길을 돌렸는데 오늘은 의기양양하게 순천에서 왔어요 하니 칼국수가 방금 나왔다고 한다. 사각하고 담백한 무 깍두기가 참 맛있는데 오늘은 없다. 2인분 반찬이 정갈하게 딱 저만큼 나온다. 팥죽을 한 술 뜨다 참 맛있다 싶어 숟가락을 내려 놓고 사진을 찍었다. 감칠맛 나지 않으나 단백하다. 소금을 좀 넣어도 괜찮을 것 같으나 주인이 준 대로 그냥 먹어도 맛있다. 반찬도 깔끔하다. 칼국수가 맛나니 반찬도 많이 필요치 않..

맛집 이야기 2022.05.23

2021. 11월 12일(구례 마인 브롯트)

내 입맛은 믿을 게 못 된다. 가리는 것도 많고 호불호가 심하다. 이렇게 말하다 보니 내 성격만큼이나 까칠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위안 삼아 내뱉는 말인지 모르지만 내가 고른 음식은 먹고 나도 배가 아프지 않고 한번은 더 먹고 싶은 음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극히 적은 사람이 말해서 문제지 내가 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듯이. 가을에 구례 예술인 마을에 갔다. 마인 브롯트라는 빵집이 괜찮다는 소문을 듣고 예술인 마을도 한 바퀴 돌고 겸사겸사 갔는데 마을 안에 있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예쁘고 단정한 예술인 마을에 빵맛 나게 생긴 아담한 가게가 마인 브롯트였다. 깨끗하고 아늑하고 친절하고 가을 하루를 여행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했다. 몇 가지를 담아 와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커피 마실 때 꺼내 약불로..

맛집 이야기 2021.11.12

구례목월빵집

이 집이 없었으면 내 입이 참 심심했을 거다. 택배주문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배고플 때 허기질 때 커피 마실 때 하나 꺼내 전자렌지에 일분 돌리면 팥이 뜨끈한 빵이 되어 많은 것들을 해결해준다. 단팥빵 같지만 달지 않으니 팥빵이라 부른다. 소문으로 알게 된 목월빵집. 대기번호도 없어 빈손으로 돌아오기를 몇번 그 작은빵집 알록달록 했던 그 작은빵집이 눈에 선하다. 더 큰 곳으로 이사했을 때도 그곳에서 팥빵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택배주문을 하게 됐다. 보통은 택배주문은 선입금이다. 그런데 이 집은 택배가 도착한 후에 입금문자가 뜬다. 원래 주인의 생각이 그렇게 하기로 한 건지 사업상 내린 결론인지 아니면 밑천이 든든해 편안하게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빵맛이 좋아 그러나 나는 이 집만의 방식이 좋다. 청..

맛집 이야기 2020.12.22

2020. 10월 15일(가곡동 부부밥상)

화실선생님이 여수 갯바위에서 낙시한 문어를 많이 주셨다. 왠지 질길 것 같아 젓가락이 안 가는 음식이었는데 문화의 거리 옥천에서 돌문어빠쉐라는 음식을 먹으면서 문어가 맛있다는 걸 알았다. 한 봉지는 냉동실에 아껴두고 한 봉지만 꺼내어 밀가루에 바락바락 문질러 머리손질하고 삶았다. 무와 양파를 썰어 30분간 끓인 물에 오분 삶아 찬물에 헹궜다. 크지 않아도 다섯 마리다 보니 많아서 절반은 앞집에 주었다. 문어 삶은 물은 놔뒀다가 국물요리할 때 쓰면 맛있다고 앞집엄마가 가르쳐주어 따로 보관하고 초고추장 만들고 백조기살전도 지지고 불고기도 하였다. 야채는 샐러리로. 이맘때부터 삶아 냉동실에 보관했던 무청시래기로 된장국을 끓였다. 마지막 남은 시래기를 꺼내면서 일년이 금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청 삶을 때가 ..

맛집 이야기 20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