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31일. 일월의 마지막날 몇 주전에 약속했던 차금숙선생님을 만났다. 생각날 때 번개처럼 만났는데 이젠 날짜를 정해서 기다렸다 만난다. 순전 내쪽의 일정에 의해 그렇게 되었다. 카톡소리를 죽여놔서 하루종일 핸드폰을 던져놓은 날에는 무슨 소식이 있는지 모른다. 하마터면 차선생 문자도 놓칠 뻔했다. 몇 시쯤 올까 그동안 들여다보지 않던 카톡을 열 번은 넘게 열고 또 열었다. 나는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라 나를 태우러 오는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대로변에 나가 기다리는 걸로 미안함을 대신하곤 했는데 이번엔 한 발 늦었다. 우리집 주차장이라고 연락이 와 부리나케 집을 나왔다. 오늘은 천변에 주차를 하고 오천 그린광장까지 걷고 돌아오는 길에 세이모까페에서 드립커피를 마시고 시골막국수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차선생 옷차림이 걷기에 너무 얇다. 차선생도 계획이 따로 있어 그 일정을 따르기로 했다. 이번 주는 마이어까페를 두 번이나 온다. 월요일에 김명자선생님을 만났지. 우선 차를 마시며 종알종알 얘기하고 시골막국수에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는 가본 적 없는 다원을 운전하는 대로 따라갔다. 다 우리집 인근이어 낯익은 풍경이고 예전에 학생들과 함께 갔었던 청소년수련원쪽으로 달리다 조그만 언덕오르막에 이르니 아담한 예쁜 건물이 있다. 차를 마시며 족욕을 하는 곳이었다. 작지만 유리창 너머엔 차밭이 펼쳐지고 원하는 곳에서 족욕을 할 수 있게 욕탕기가 놓여 있다. 차선생은 비 올 때 앉아서 족욕을 했을 때의 기억이 유난히 좋았는가 보다 그때 앉았던 자리를 찾아 나란히 앉아 뜨거운 물에 발을 담갔다. 발효차를 마시며 배에 따뜻한 찜질팩까지 더하니 온몸이 데워지는 기분이었다. 전날 저녁에 씻고 아침에는 세수도 안한 채로 눈곱만 떼고 나간 하루다. 편한 사이일수록 오래 가려면 예의를 더 지키라고 하는데 매번 편할수록 더 편하게 차선생을 만난 것 같다. 너무 꼬질꼬질 한 모습이었고 미안한 마음에 다음에 만날 때는 입술을 바르고 단정한 매무새로 만나야겠다. 즐겁고 편안한 시간으로 일월을 보낸다.
이월을 시작하는 첫날 새벽에 빗소리가 들렸다. 간밤을 하얗게 지새고 이월을 맞이한다. 흐리고 어둡지만 회색빛 풍경이 우울하진 않다. 집에 있으면 눈이 내려도 좋고 비가 내려도 좋다. 커피향이 엄청 맡고 싶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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